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0. 치즈 인 더 트랩
    드라마로 만나는 세상 2019. 1. 25. 21:11

    <이 곳에 모아 놓은 글은 제가 인터넷 매체에 송고해 정식 기사로 채택되었던 것들을 중심으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제가 직접 쓴 글들이겠죠?>

    이미지 원본보기
    ▲ 위기의 <치인트> tvN의 새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 tvN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여 매주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그 결과물을 보여줄 때마다 드라마 제작진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치즈인더트랩>(아래 <치인트>) 제작진에게 쏟아지고 있는 드라마 전개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 역시 어쩔 수가 없다. 2회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 제작진에게 한 마디 안 보탤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시청자마다 다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치인트>에서 그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감정선'이다. 극이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치인트>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감정 이입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론 중요하다. 생각해보라.

    드라마 역시 문학의 일종, 감정이입이 중요

    이미지 원본보기
    ▲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커버 이미지. 원작자 '순끼'의 우려는 그냥 우려일 뿐일까?
    ⓒ 순끼


    영상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드라마 역시 문학의 일종이다. 문학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보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며, 감정을 정화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어떤 드라마를 보든 항상 객관적 입장에서는 보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자 주인공에게, 여자 주인공에게 때로는 매력적인 조연에 흠뻑 빠져들기도 한다. <치인트> 웹툰이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나는 홍설의 눈으로 <치인트> 속 인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유정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궁금했다. 남들이 다 사귀고 싶어서 안달인 유정이라는 그 남자를 여자 주인공인 홍설은 왜 그렇게 피해 다니는지 무척 궁금했고, 그게 재미있기도 했다. 그래서 홍설의 눈으로 파헤쳐 주리라 하며 둘의 이야기를 매주 목이 빠지라 기다리게 되었다.

    기대한 그대로, 유정과 홍설은 사귀게 되었고 가끔 달달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극이 후반부로 갈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홍설의 눈을 통해 만났던 너무도 알고 싶었던 유정인데, 홍설이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유정의 행동들이 자꾸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지 원본보기
    ▲ 캐릭터 붕괴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본래 남자 주인공보다 서브 캐릭터의 입지가 너무 굳어지면서, 본래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 tvN


    달달한 로맨스물로 가기에는 유정이라는 인물에 문제(상처)가 있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예전 <킬미힐미>라는 드라마에서처럼, 다소 문제가 있는 남자 주인공을 여자 주인공이 잘 달래 감싸 안주면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 유정에게 그렇게 무한한 매력을 느꼈던 나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극의 흐름이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유정이 무서워져만 갔다. 홍설이 아무리 유정을 사랑한다 해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정 곁에 가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유정이 아닌 유정의 친구 백인호를 사귀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보통은 삼각관계여도 여자 주인공이 원래 남자 주인공과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시청자의 마음 아닌가.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유정이 더 이상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더는 홍설의 눈으로만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홍설의 처지가 아니라 드라마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펴보았다. 가장 최근 에피소드였던 상철 선배와의 일. 자기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늘 요구만 하는 상철 선배를 혼내주려 유정은 가짜 기업 면접 족보를 주어서 상철 선배를 떨어뜨린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유정의 실체를 아는 극 중 인물은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상철 선배가 떨어진 것은 유정의 탓이 아니다. 상철 선배가 그동안 잘못 살아왔던 시간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런데 극에서는 상철 선배가 면접에 떨어진 후 홍설에게 신세 한탄을 하게 하면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상철 선배가 유정을 찾아가 벌이는 다툼이 등장한다.

    그랬다! 이런 구성이 문제였다. 유정의 입장에서 보면 상철은 너무나 뻔뻔한 선배이기에 통쾌하게 복수하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제작진이 의도했든 안 했든, 상철 선배의 안타까운 처지를 부각하는 과정에서, 돈도 많으면서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유정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가 없다.

    <치인트> 주인공에게 빠져들 수가 없다

    이미지 원본보기
    ▲ 박해진, 치즈처럼 부드러운 미소 지난 2015년 12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박해진이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주인공에 빠져든다. 그런데 <치인트>에서는 오히려 퉁겨져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들의 연기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의 문제라 보인다. 아니라고? 그렇다면 옆 동네 같은 요일 드라마를 하나 비교해보자.

    바로 <육룡이 나르샤>이다. 이방원은 자신의 배다른 형제를 죽이면서까지 왕좌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이방원의 다소 섬뜩한 면을 제작진들이 그리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까지 방영된 <육룡이 나르샤>에 나오는 이방원은 그런 부분이 적지 않게 보였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육룡이 나르샤>를 시청하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이방원을 아끼고 사랑한다.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같은 시대 사람보다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 다치게 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방원이 <치인트> 유정보다도 더 성격 파탄자이다. 그런데도 이 성격파탄자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방원은 <육룡이 나르샤> 시청자들에게 듬뿍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유아인이 연기를 잘해서? 그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제작진이 이방원이라는 인물이 왜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고 왜 가끔은 그런 잔혹한 선택을 했는지, 그 잔혹함 뒤에 어떤 슬픔과 고뇌가 숨겨져 있는지 충분히 잘 그려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시청자들이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감정을 이입했을 때 감정선을 잘 탈 수 있게 치밀하게 이야기 흐름을 끊어주었기 때문이다. 연기자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 준다 한들 이야기 구성 자체가 흔들려 버리면 그것은 의미 없는 반짝임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음식점에 가서 된장찌개를 만드는 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된장찌개 맛이 너무 짜다면 그렇다고 음식점 주인에게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만약 음식점 주인이 그런 손님들의 이야기를 그저 불만이라 생각하고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덧 tvN 드라마라고 하면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이런 때에 드라마 <치인트>를 향해 '짜다'고 말하는 많은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드라마로 만나는 세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SKY캐슬>, 정말 최선의 결말이었을까?  (0) 2019.02.13
    9.38사 기동대  (0) 2019.01.25
    8. 뷰티풀 마인드  (0) 2019.01.25
    7. W  (0) 2019.01.25
    6.몬스터  (0) 2019.01.25
Designed by Tistory.